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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회

pray for seoul 13일의 금요일을 미신이라 치부했다. 그런데 올해는 그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파리에서는 동시다발적인 폭탄테러로 100여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죽었고, 서울에서는 물대포에 맞은 1명의 무고한 농민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파리 테러와 서울 시위는 제각기 가볍지 않은 무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안의 우선순위를 매기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 집으로 배달된 신문을 보고는 내게 사안의 중요성을 가리는 눈이 부족하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 신문의 1면부터 10면까지는 11‧13 파리 테러의 배경과 여파, 한국에 미칠 영향 등이 육하원칙에 따라 상세하기 기술돼 있었다. 같은 날 있었던 서울의 시위와 관련해서는 단 2면만 할애했다. 경찰이 물대포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더보기
뒤주 안에 갇힌 청년세대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 영화 에서 울분에 찬 사도세자(유아인 분)가 영조에게 감정을 드러내며 내뱉은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지금의 청년들에게도 심히 공감 가는 말이다. 아마도 청년들은 최근의 노동개혁 이슈를 보고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신들은 언제부터 그렇게 청년들을 생각했소?” 최근 노사정위원회의 노동개혁안이 통과됐다. 내년부터 정년이 연장되는 만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취업규칙 개정 조건을 완화시켜 일반해고를 쉽게 하는 게 주요 골자다. 그런데 이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정부가 근거로 삼은 논리가 청년실업이다. 십시일반으로 기성세대가 양보해야만 청년들의 구직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의 입장에서 감읍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방향이 뭔가 잘.. 더보기
'헬조선'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한반도엔 두 조선이 있다. 지독한 독재세습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는 북조선과 청춘들의 포기로 유지되는 ‘헬조선’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헬조선은 1997년 외환위기 때도 나오지 않았던 말이다. 그렇다면 그때보다 현재 한국의 경제지표가 더 좋지 않은가? 그렇지는 않다. 당시와 비교하면 경제성장률이나 경상수지는 많이 나아졌다. 그렇다면 헬조선은 어디에서 나온 말인가? 헬조선은 2030세대의 한숨에서 출발한다. 최근 한 대학 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20~30대의 절반이 “대한민국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50~60대의 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헬조선의 거주자는 결국 기성세대가 아닌 청년세대다. 청년세대에게 한국이 헬조선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단어의 결합에서 쉽게 발견할 수 .. 더보기
아이들 인성교육 전에 어른들 성교육부터 참 답답하고 불쾌한 여름이다. 무더운 날씨 탓이 아니다. 요즘 뉴스에서 접하는 소식들 때문이다. 다분히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라 여기기엔 사건들이 하나같이 극적이다. 지난 달 21일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참 도덕적인 이름의 법률이 시행됐다. 법의 취지는 이름 그대로다. 전국 초중고의 학생들의 인성을 진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헷갈릴까봐 용어에 대한 친절히 설명도 이뤄져 있다.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말한다.”(제2조1항) 자칫 잘못하면 인성교육 자체가 학생들에게 또다른 스펙(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그런대로 법의 취지를 존중한 편이었다. 아이.. 더보기
메르스 괴담 이면에는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방귀 뀐 놈이 성낸 꼴이다. 초기 질병의 확산을 막지 못한 채 괴담 유포자 엄벌만을 외치는 정부의 모습 말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자는 벌써 18명으로 늘어났고,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 1명이 사망했으며, 격리 대상자들 역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물론 근거 없는 괴담은 사람들에게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심어준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모바일 시대에 괴담의 전달 속도는 상상 초월이다. 최초의 괴담은 사람들에게 공유되면서 점점 살을 붙인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괴담의 내용은 사람들에게 공포로 다가온다. 이 과정에서 흔히 객관적인 사실은 생략되거나 왜곡된다. 보건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면서 경찰이 괴담 유포를 차단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다. 실제로 ‘A병원에 가면 메르스에 감염된다’.. 더보기
또 다시 농구계를 찾아온 승부조작의 악령 또 다시 승부조작이다. 지난 25일 SBS는 현직 프로농구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다수 언론에 의해 확인된 연루자는 안양 KGC인삼공사의 전창진 감독인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에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 농구계의 아이콘, 강동희 전 원주 동부 감독이었다. 그는 2011년 불법 스포츠도박 브로커에게 4700만원을 받고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2013년 징역 10개월과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에 농구팬들은 분노했고 그로 인해 농구계는 홍역을 앓았다. 불과 2년 만에 같은 맥락의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전 감독이 일부러 기량이 떨어지는 후보 선수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경기에 패하고, 그것도 모자라 큰 점수 차로 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는 혐의는 코미디에 가.. 더보기
씁쓸함과 고민거리를 남긴 예비군 총기사고 기어코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두 달 전 예비군을 다녀온 터라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뉴스채널과 종편방송 등에선 하루 종일 예비군 총기사고를 다뤘다. 총기를 난사한 예비군을 포함해 2명이 사망했고, 부상당한 3명 중 1명은 머리에 관통상을 입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라 한다. 사고 후 국방부는 사고대책반을 구성해 후속조치를 취했고, 한민구 국방장관은 희생병사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희생자와 가족들에겐 사실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나 다름없다.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의 총기사고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 국방부의 종합발표가 있어야 확실하겠지만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예비군 총기 관리‧감독 부실이라 할 수 있다. 사고를 일으킨 최모 씨(23)가 어떤 .. 더보기
가까운 미래, 공허한 어린이날 맞이하지 않으려면 어제(5일)는 어린이날이었다. 동네 놀이터에서 마주친 아이들의 미소는 한없이 평온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가져다주는 아이들을 보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잠시나마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그와 같은 감정은 신기루와 같아서 금세 사라지고 만다. 아이들을 좋아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출산에 대해선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사실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하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출산 앞에 놓인 장벽들이 너무 많다. 취업, 연애, 결혼 등의 문제만 생각해도 머릿속은 과부하가 걸린다. 출산은 안정될 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2개국 중 가장 출산율이 낮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1.21명이었다. 문제는 저출산이 장기국.. 더보기
세월호 농성장 앞 호국음악회, 충무공이 통곡할 일이다 오늘은 충무공 탄신일이다. 또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47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동시에 해군 창설 70주년이라고 한다. 분명히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날이고, 즐겁게 맞이해야 할 날이다. 그런데 그게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앞에서라면? 고개를 갸웃할 일이다. 국가적 재난으로 아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 앞에서 ‘호국’을 외치며 음악회를 여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어제(27일) 광화문의 풍경은 둘로 나뉘어 있었다. 오늘 있을 나라사랑 호국음악회를 분주하게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세월호 진상규명 서명을 받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이순신 동상을 기준으로 앞에는 비통한 표정의 사람들이 뒤에는 오늘 있을 공연을 기대하는 표정의 사람들이 보였다.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행사를 여는 것에 문제의 소.. 더보기
팽목항에서의 1시간 얼마 전 드라마 제작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면접 자리였다. 면접자들은 본인이 겪은 경험이 얼마나 갚진 것인지를 설명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잠자코 듣던 감독은 이내 한 가지를 물었다. “우리 사회 최대의 비극이 뭐라 생각하십니까?” 면접자들은 모두 “세월호 참사”라며 답을 말했다. 이윽고 이어진 한 마디, “다들 훌륭한 인재들인데, 현장에는 다들 다녀오셨습니까?” 질문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세월호는 내게 그저 풍경으로만 자리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팽목항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추모의 공간은 가까운 광화문이나 안산 단원고에도 마련되어 있지만 비극이 일어난 곳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팽목항 하면 떠오르는 건 신문이나 방송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