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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주말이다 영화야

<차이나타운>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 걸작이 나타났다. 실로 오랜만이다. 물론 ‘최근 한국 영화’ 중에서라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이 말은 곧, 역설적이지만 의 가능성과 동시에 결정적인 한계를 함축한다. 말하자면 은 일종의 데자뷰처럼 다가오는 현재 한국 영화의 퇴보하는 경향 와중에 피어난 핏빛 들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더러운’ 냄새를 풍기는 그 꽃은 정갈하게 구획된 정원 위에서 피어났다. 비록 잡초라고 할지라도 의 기반은 현대 영화 시스템이라는 복제된 정원에 있다는 말이다. 결국 의 가능성은 영화 그 자체에서 찾을 수 있으며, 동시에 결정적인 한계는 영화와 그를 둘러싼 영화 산업 구조와의 상호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은 여러 제약을 어느 정도 수용했지만(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성과.. 더보기
<스틸 앨리스> 아쉽지만 여운이 남는 까닭은 영화를 보는 시선은 5천만이 넘고, 나의 관점은 그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나만의 기준을 짚고 넘어가는 게 무의미하진 않으리라. 지금 나는 동일한 영화를 바라보는 수천수만의 시선 중 하나가 아니라 나만의 글을 전개하고 설득시키기 위한 단계를 밟고 있으니까. 즉, 수천수만 대 일의 관계가 아니라, 정확히 일대일의 관계 말이다. 영화를 평가하는 나의 기준에는 여러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즉흥적인 재미, 감동도 물론이고, 서사의 전개, 몰입도, 긴장감, 연기, 음악 등. 바로 떠오르는 것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독창성’이다. 독창성이란 어떤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달리 그 영화가 아니어서는 안 될 이유, 혹은 그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다... 더보기
<장수상회>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α *두 가지 요청을 받았습니다. 블라인드 시사회 관련 내용을 삭제해달라는 것과, 스포일러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후자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해당 내용을 지우기로 했으나, 전자에 대해서는 측의 권고를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언급한 블라인드 시사회는 가 아니라 다른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엄연히 월권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거기서는 영화 내용 관련해서만 발설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있었을 뿐, 블라인드 시사회 자체에 대한 언급을 삼가달라는 요청은 없었습니다. 같이 갔던 지인들도 그런 얘기는 들은 적 없다고 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만약 해당 영화(찾아보니, 이라는 영화입니다.) .. 더보기
<위플래쉬>가 단순히 '스승-제자' 영화가 아닌 이유 놓쳐선 안 되는 건, 를 제자와 선생을 다룬 영화로만 보기에는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계속 남아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는 (구스 반 산트, 1997)에서 ‘선생-제자’의 관계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달랐다. 자신의 천재성을 깨닫지 못하고 평범하지도 못한 삶을 사는 제자와 그의 상처를 치유하고, 천재성을 발휘시키고자 분투하는 선생. 에서 헌팅(맷 데이먼 분)과 맥과이어(로빈 윌리엄스 분)가 그랬다면, 의 앤드류(마일스 텔러 분)와 플렛처(J.K. 시몬스 분)는 조금 다르다. 는 차라리 제자(와 선생)의 얘기며, 단순히 한 개인(우리 중 누구인들 제자가 아니었으며, 선생을 두지 않았을까)의 이야기다. 둘의 차이를 좀 더 명확히 해보자. 에서 제자와 선생은 명확히 일대일의 관계를 맺는다... 더보기
<리바이어던> 불가항력으로서 리바이어던이란? 에 대해 얘기할 때 굳이 홉스Th. Hobbes가 인용될 필요는 없다. 달리 말해, 은 단지 국가 권력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물론, ‘리바이어던’하면 우선 홉스가 떠오르고, 자연스레 권력을 위임받은 강력한 국가의 비유적 형상(작은 인간들로 구성된 거인)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러한 의미나 비유로서의 리바이어던은 사실 홉스의 주석 혹은 해석이다. 무시무시한 괴물로서 리바이어던 그 본래의 형상은 성경 몇 군데(특히 )에 드러나 있다. 리바이어던의 본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간략히만 를 살펴보자. 욥은 신을 충실히 섬기고, 죄를 짓지 않으며, 부족함 없이 살고 있었다. 그때, “욥의 신실함은 그저 그의 풍족함 때문”이라고 사탄이 도발하자, 신(하나님)은 욥을 시험하기에 이른다. 끔찍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더보기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빔 벤더스(Wim Wenders)의 세 번째 다큐멘터리 ()은 말할 것도 없이 사진작가 세바스치앙 살가두(Sebastião Salgado)에 바치는 헌사다. 이 말은 혹시 이 영화를 ‘사진’에 대한 영화쯤으로 알고 보러 갈, 혹은 보고 온 사람들에게 던지는 화두다. 는 수많은 사진을 헤집지만, 언제나 에두른다. 말하자면 사진들은 하나의 거울이다. 그리고 거울은 앞에 있는 살가두를 비춘다. 영화는 살가두의 삶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1. 무엇 - ‘제네시스’를 향해 온 살가두의 삶 누군가는 원제엔 Genesis라는 단어가 없고, 단지 The Salt of the Earth라는 점을 근거로 ‘제네시스’를 지워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얼마 전 끝난 동명의 사진전을 홍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 더보기
<해피 해피 와이너리>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 좋은 기회로 (이후 ) 시사회를 보고 왔다. 여성 감독 미시마 유키코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그의 전작이자 의 전편이라고 할만한 도 보지 못했다. 말하자면 나는 아무런 기대 없이 영화를 보러 갔던 셈이다. 직전에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 2014)에 대한 글(‘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만의 '연극적 롱테이크'’)에서, 나는 ‘기대가 높을수록 실망할 여지가 많다’라는 경험적 확신이 보란 듯이 깨졌다고 밝혔다. 그리고 정 반대의 측면에서, 도 지금껏 축적된 경험이 결코 보편적인 진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해주었다. 그러니까, 를 나는 아무런 기대 없이 봤지만, 영화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생각보다 별로였다. 하지만 실망했다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기대 자체가 없었으니까.(기대와 실.. 더보기
<버드맨>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투만의 '연극적 롱테이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대감을 애써 누르며 영화관을 찾았다. 기대가 높아서 좋을게 없다는 걸 경험상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대란 게 누른다고 눌러지는 건 아닐 터. 솔직히 말해, 기대를 잔뜩 숨긴 표정만을 겨우 남긴 채 영화를 보러 갔다. 물론, 그 아래엔 터질 듯한 기대감이 들끓고 있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경험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니. 근래에 보러 간 영화들을 다 합친 것 보다 더 큰 기대를 안고 갔지만, 늘 그렇듯 을 보고 기대가 꺾이긴 커녕 기대를 넘어서는 강렬한 울림을 받았다. 영화를 둘러싼 수많은 호평들이 결코 공허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영화관을 나설 때의 그 충만함을 공유하고 싶다. 에 대한 호평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촬영’이다... 더보기
<킹스맨>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조악한 포스터와 가볍고 우스꽝스러운 예고편을 봤을 때만 해도 한 편의 코믹물인 줄만 알았다. 얘기다. 하지만 막상 열어본 영화는 생각보다 진지했고, 또 복잡했다. 개봉한 지 이 주도 넘은 이 시점에, 새로운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에 을 올리는 까닭이다. 애초에 나는 머리 식힐 겸, 킬링타임용 정도로 를 보러 갔음을 시인해야겠다. 정신없이 싸우고, 정신없이 웃긴 영화 정도로만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난 뒤 풀리지 않은 궁금증들이 머리를 맴돌았고, 하고 싶은 말들은 또 너무 많았다. 이 영화를 ‘아 그 영화. 얼마 전에 봤었지. 근데, 무슨 내용이더라.’ 정도로 회상한다면 굉장히 안타까울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을 정리할 겸 글을 남긴다.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 더보기
<나이트 크롤러> 로버트 엘스윗과 제이크 질렌할 덕분에 (나이트)의 내러티브는 명확했다. 다른 말로 하면 의 내러티브에 대한 의문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인과관계는 뚜렷했고, 기-승-전-결의 전형적인 구조도 거의 완벽했다. 는 마치 한 편의 첩보물 같았다. 사실상 영화는 한 민간 촬영기사에 대한 내용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위에서 말한 내러티브뿐만 아니라, 영화 내내 이어지는 긴장감도 그러했다. 이에 대한 의문은 감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 뒤 해소되었다. 댄 길로이(Dan Gilroy)는 각본가 출신이다. (숀 레비, 2011), (토니 길로이, 2012)같이 잘 알려진 영화 외에도 6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쓴 경력이 있다. 그리고 는 그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았다. 즉, 각본가 출신인 길로이는 에서 자신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