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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주말이다 영화야

<손님> 그럭저럭 선방은 했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이유 두 번의 포스팅‘(이 기대되는 이유. 류승룡과 천우희!’, ‘지극히 주관적인 7월 개봉 기대작 세 편’)에 걸쳐 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긴 했지만, 동시에 갈수록 대중성과 상업성에 함몰되어가는 한국 영화 산업이라는 전체적인 판도에 대한 우려를 저버릴 순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려는 생각보다 가볍게 해소되었고, 기대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수준에 그쳤다. 충만했던 기대감은 가볍지 않은 우려에 상쇄된 셈이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우려와 기대가 같은 층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려는 한국 영화의 구조적 문제였다면, 기대는 자체에 대한 것이었다. ‘상쇄’라는 표현이 결코 ‘±0’을 의미하지 않는 까닭이다. 1. 일단은 선방! 근래 한국 영화의 구조적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장르의 탈경계화’는 .. 더보기
<숏 텀 12>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 영화 홍보가 부족한 탓인지, ‘힐링’이라는 표현을 여기저기 갖다 붙이는 유행이 지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그 이유야 어쨌건, 다행히도 을 다룬 글들에는 ‘힐링 영화’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힐링’이란 무엇인가. ‘힐링’은 치유와 다르다. 물론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healing’은 ‘치유’라고 번역되어 있지만, 나는 지금 단순히 사전적 의미를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지난 몇 년 동안 사회 문화적인 형성물로서 ‘힐링’, 그러니까 우리가 추상적으로 어렴풋하게 떠올리는 개념이 아니라 그동안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직접 느끼고 경험해온 대상으로서 ‘힐링’이다. 이런 관점에서 ‘힐링’의 주요 특징을 두 개 정도로 추려볼 수 있다. 우선 힐러, 즉 치유자가 분명히 존재한다. 곧, 힐.. 더보기
<도쿄 트라이브>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 화끈하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움! 자극적이다. 통쾌하다. 섹시하다! 여기까지가 에 대한 나의 긍정적인 감상평들이다. 는 인상적인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영화에서 시각, 청각을 자극하는 ‘인상’이란 가장 기본적인 층위이긴 하더라도, 반대로 1차적인 감상에 불과하다. 거기서 그친다면, 해당 영화에 대해 웰메이드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에 이 같은 잣대를 들이대기란 간단치 않은 문제다. 이건 소노 시온이라는 이름, 더 나아가 B급 영화라는 장르의 개성이자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다. 에 대한 실망감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이전에, 짧지 않은 변명부터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1. B급 영화 B급 영화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저급’ 영화를 가리킨다. 대공황기 미국 영화 산업.. 더보기
<소수의견>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 ‘이 영화는 실화가 아니며, 극중 모든 인물은 허구입니다.’ 은 이렇게 어딘지 조급함이 묻어나는 문구로 시작한다. 그리고 저 한 문장 속에는 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이 예견되어있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비록 에둘러 언급할 뿐이지만(영화에서는 아예 언급조차 명확히 되지 않지만), 2009년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에 따라 영화는 애초에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암묵적으로 2009년의 용산이라는 메시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었다. 즉, 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개인의 관계, 혹은 국가의 폭력에 의한 개인들의 상처라는 전언보다 늦될 수밖에 없다. 달리 말하면, 고발영화이자 정치적인 영화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왠지 영화는 ‘정치’라는 구심점으로부터 .. 더보기
<한여름의 판타지아>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 상영관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영화관 직원이 팸플릿을 하나 건넸다. 팸플릿에는 영화의 배경이었던 ‘고조’시의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지도 안에는 영화 촬영지가 하나하나 표시되어있었다. 앞 페이지에서는 ‘영화 촬영장소에 가보자!’라는 문구가 돋보였고, 뒷 페이지 하단에는 일본의 각 지역에서 고조로 가는 방편이 적혀있었다. 말하자하면 나는 영화를 보기 직전에 일본 관광 안내 책자를 받은 셈이었다. 그 전에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있었다. 왜 일본인가? 팸플릿을 받은 이후 의문은 증폭되었다. 이 영화는 도대체 일본 관광 진흥을 위한 홍보 영화인건가? 장건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를 찍게 된 계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작 '잠 못 드는 밤'(2010)이 일본에서 열린 나라영화제에 .. 더보기
<마이 페어 웨딩>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 결혼식에서 ‘서로 인사하고 축하하고,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거기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은 앞에 서서 사랑을 맹세하는 두 남녀뿐이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청춘을, 사랑을, 연애를 매번 풀어내는 소설가는 언젠가 이렇게 썼다. ‘결혼식을 치르고 난 뒤에야 광수는 결혼이 남녀 사이가 아니라 집단 사이에 성립되는 상호증여의 한 형식이라는 레비스트로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결혼은 제도고, 계약이자 규약이다. 속 김조광수의 말을 빌리자면, 연애에서 ‘일 번’은 사랑이지만, 결혼에서 ‘일 번’은 계약이다. 결혼의 밑바닥에는 감정적 상호작용(사랑)이 아니라, ‘계약 기간 동안 당신만을 사랑하겠다.’는 암묵적 의무이자 금기가 굳게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2.. 더보기
<투모로우랜드>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 얼마 전 (조지 밀러, 2015)와 의 세계관을 대조한 글을 봤다. 두 영화를 모두 다 봤으므로 반가운 마음에 읽었다. 글의 요지는, 전자는 미래에 대한 비관을 담은 반면, 후자는 미래에 대한 낙관을 담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는 ‘미래’에 대한 비관을 담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 는 미래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내가 를 SF가 아니라 판타지로 분류하는 까닭이다. 반면에 에서 그린 세계는 (비현실적이라고 할지라도) 어쨌든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다. 를 보고 현실을 반추하는 일이란 결코 없을 테지만, 를 보고 나면 저절로 현실을 돌아보게 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미래에 대한 ‘낙관’을 담고 있지 않다. 물론 영화는 인.. 더보기
<써드 퍼슨>에 대한 두 가지 키워드 은 파리, 로마, 뉴욕에서 각각 벌어지는 세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세 곳에서 벌어지는 세 이야기는 마냥 독립적인 것은 아니다. 모든 이야기들은 기묘하게 서로 연결되어있다. 이를테면, 파리에서 마이클(리암 니스 분)과 안나(올리비아 와일드) 묵는 호텔과 뉴욕에서 줄리아(밀라 쿠니스 분)가 근무하는 호텔은 마치 하나의 공간인양 이어진다. 또한, 줄리아의 뉴욕과 스콧(애드리언 브로디 분)과 모니카(모란 아티아스 분)의 로마 사이는 비슷하지만 다른 풍의 멜로디로 이어진다. 말하자면 영화 전체는 하나의 거대한 수수께끼다. 별 다른 사건 없이 영화가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끊을 쉽사리 놓지 못하는 까닭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미세한 수수께끼를 던진다. 서로 연결될 수 없는 지점들을 마구잡이.. 더보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 아니, 이 영화의 러닝 타임이 정녕 두 시간이라니.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후 )의 상영 시간은 네이버나 다음이나 어딜 가서 찾든 ‘120분’이라 명시되어있다. 혹시 아직도 영화에 홀려있는 이라면 믿기지 않을 숫자일 테다. 직접 찾아봐도 좋다. 그 덕분일까. 영화관에서 으레 밝혀지곤 하는 핸드폰 액정이 이번만큼은 잠잠했다. 요새 중고등 학생들이 영화관에 가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핸드폰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야말로 중고등 학생들에게 추천해야할 영화 1순위리라. 그야말로 영화에 압도되어 모든 것을 잊을 테니까. 그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데이트 수단 등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주목하길! 를 통해 그대들은 영화가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을 좌지우지하고, 숨을 가파르게.. 더보기
<투 라이프>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 이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유대인 관련 영화라면 이제 사절이다. 50년이나 지난 과거의 일이기 때문이 아니다. 햇수는 전혀 중요치 않다. 2014년 4월에 발생한 사건을 나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테니까.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끊임없이 자각하고 반성해야 하는 일은 분명히 존재한다. 유대인 학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동시에 근래 들어 중동의 상황을 살펴보면, 혹시 유대인 학살이 유대인들에게 일종의 절대적인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분명 부당하고 끔찍한 폭력을 경험했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들이 행하는 부당한 처사들이 용인되는 건 아니다. 만약 가 유대인 학살에 관한 영화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그걸 몰랐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