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1 썸네일형 리스트형 [금주일기] 요새(1.10) 요새들어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37여년간 그 누구보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사람에 천착했으며, 최소한의 단서―표정, 어투, 눈빛 등―만 확보하는 순간 그를 간파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R이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낙천적이라는 점이다. 깨나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나는 R에게 “사람은 지질하고, 세상은 추악하고, 우주는 지독히 새까맣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낙천일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물었는데, 여기에는 물론 약간의―솔직히, 적지 않은―비아냥이 섞이기도 했지만 호기심이나 부러움의 비중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못하는 병에 걸렸나봐”라는 R의 답에 “야 이 개새끼야”, 아니면 “인간은 원래 그런 거야.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쭈구리들” 따위의 대답을 기대했던 나는 최대한 억울..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