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기억을 지탱하는 ‘도시의 맛’ [리뷰] <요리인류 도시의맛> 트빌리시 조지아는 굴곡의 땅이다. 몽골부터 러시아에 이르는, 수많은 시간으로 반복된 외침 속에서 그들이 겪었을 고통의 무게를 우리는 감히 체감할 수 없다. 트빌리시, 낯선 이국의 먼 도시의 이름은, 그렇게 아픔으로 쓰인 채 우리 앞에 베일을 벗는다. 그러나 그 무한의 고통은 그들의 삶을 파헤치지도, 무너뜨리지 못했다. 그들은 오히려 그 삶을 꿋꿋이 버티고 이.. 다큐멘터리 2017.01.28 23:20
뉴욕의 맛, 이욱정의 ‘피카레스크’ [리뷰] <요리인류 도시의 맛> 뉴욕편 2016년 한 해만 편성이 두 번이나 밀린 우여곡절 끝에 <요리인류 도시의맛>이 2017년 2부작의 형태로 공개됐다. <누들로드> 이례로 10여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음식’이라는 통일된 주제를 통해 스스로를 브랜드화 한 이욱정 PD의 최신작은, 쌓아온 시간 동안 PD 스스로가 ‘콘텐츠’가 된 진면모를 보여준다. .. 다큐멘터리 2017.01.27 23:55
[푸디세이아] 12. 시장과 마지막 만둣국 명절이며 제사 때마다 시장을 간다. 이사를 온지는 채 오년도 되지 않건만, 시장만 따라 나온 것이 10번은 훌쩍 넘긴 것 같다. 많이는 안 산다고 하면서도 과일과 야채, 너무 커서 걱정인 밤, 썰어놓은 가래떡, 식혜, 제사용 과자 등등을 사고 나면 두 손 가득 짐을 들어도 다 못 들 때가 많다. 명절 때만 되면 온가족이 다 뛰쳐나와 고기를 파는 정육점에서 이번엔 찜갈비용 LA갈비를 3kg나 산 대신, 큼지막한 가오리나 먹음직스런 민어는 사지 않았다... 에세이/푸디세이아 2017.01.26 17:10
[금주일기] 금주일기(마지막) 금주일기는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수백만 독자 여러분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아, 저는 부산입니다. 다섯 시간 걸려 왔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라라랜드'를 봤습니다. '라라랜드'는 끝내 어긋날 저와 당신, 말하자면 수많은 우리들에게 바치는 헌사입니다. 특히 다미엔 차젤레가 재즈를 영화로 형상화하는 방식이 인상적.. 에세이/今酒일기 2017.01.16 09:18
[푸디세이아] 11. 은하고원과 한단지보 말하자면 삶과 ‘언어’를 새로 배우는 중이다. 얄궂게도 그 언어들은 모두 예전의 내가 알던 것이다. 문법을 등한시한 채 열심히 하지 않았던 타국의 언어는 하면 할수록 빈틈만 보인다.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은 자부심으로 뭉쳤던 평생의 글쓰기조차 고수의 눈앞에서 고작 2주 만에 철저히 무너진다. 삶이 구멍이 송송 뚫린 해면체와 같다. 다만 게으른 자라도 과업처럼 주어진 일만큼은 어떻게든 해내가는 중이다. 여전히 열심히 한다고 말.. 에세이/푸디세이아 2017.01.15 18:46
[금주일기] 나(1.12) 나도 모르게 자꾸 금주일기를 취중일기라고 말한다. 점심에 회사 근처 'Charlee'에 갔다. 파란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그리스 산토리니에 접어드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생맥주' 1잔을 마셨다. 갖가지 피자, 파스타와 함께."종5역 13번출구로 나와서 뒤돌면 보이는 투썸 끼고 들어오면서 오른쪽 보면 뜬금없이 이자까야가 하나 있음 그것이 야젠" C의 설명에 .. 에세이/今酒일기 2017.01.13 11:40
[금주일기] 술(1.11) 술을 끊을 순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마시되 오늘부턴 2잔을 넘기지 않기로 했다. 얼마 전 술꾼이자 아버지가 비슷한 공약을 내세운 바 있는데 아마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R과 흑석에서 만났다. 지난번 여성들과의 술자리에 흠취해 결국 술병에 걸려 귀중한 나와의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P형은 이번엔 신경수술을 받았단다. 오늘도 P형은 골방의 것으로 남겨두고 .. 에세이/今酒일기 2017.01.12 09:15
[금주일기] 요새(1.10) 요새들어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37여년간 그 누구보다 많은 사람을 만났고, 사람에 천착했으며, 최소한의 단서―표정, 어투, 눈빛 등―만 확보하는 순간 그를 간파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R이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낙천적이라는 점이다. 깨나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나는 R에게 “사람은 지질하고, 세상은 추악하고, 우주는 지독히 새까맣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낙천일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물었는데, 여기.. 에세이/今酒일기 2017.01.11 10:33
[금주일기] 지향(1.9) 지향과 지양을 구별못해 시험문제를 하나 틀렸다. 고등학교 3학년 중간고사. 윤리시험이었다. 씩씩대며 교무실에 찾아간 내게 선생은 다만 "책 많이 읽고 생각을 넓게 하라"고 타일렀다. 지금 그 교훈인지 꾸짖음인지 모를 가르침은 공염불이 되고 말았지만 최소한 선생 덕분에 나는 그 후로 단 한 번도 지양과 지향을 혼동하지 않을 수 있었다. 10여년 만에 불러본다. 이렇게 말.. 에세이/今酒일기 2017.01.10 09:31
[금주일기] 가열찬(1.8) 가열찬 주말을 보냈다. 계간(quarterly)비난 멤버들과 노량진 '폼프리츠'에 갔다. '클라우드 생주스' 2잔을 마셨다. 감자튀김 라지 사이즈를 안주로 시켰다. 콜펜인지 바닐라생맥인지를 부여잡고 어찌할 바 모르고 있는 갓대홍을 소르피자는 의기양양하게 바라봤다. 그는 자몽생맥을 들고 있었다. 갓대홍이 나의 몫까지 계산했다. 이로써 우리의 채무 아닌 채무관.. 에세이/今酒일기 2017.01.09 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