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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그대로 답습한 것 같은 <하이드 지킬, 나> 통할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첫 방송을 한 <하이드 지킬, 나>에 대한 감상이다. <하이드 지킬, 나>는 2주 전에 첫 방송된 동시간대 드라마 <킬미, 힐미>와 같은 다중인격 소재를 다루면서 현빈의 제대 후 첫 드라마 복귀작이기도 해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샀다.

멋진 티저를 뿌리면서 높은 호응을 얻은 상황에서 뚜껑이 열린 <하이드 지킬, 나>. 안타깝게도 이 드라마를 보면서도 나는 기대한 만큼의 즐거움을 얻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내용은 쉽고 단순했다. 원더랜드라는 놀이동산(어느 놀이공원의 이미지 세탁이라고밖에 느껴지지 않는 PPL이다)의 상무 구서진(현빈 분)은 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다. 그로 인해 이중인격을 갖게 되어 한없이 까칠한 본모습과 그 반대되는 젠틀한 모습 두 가지를 함께 가지게 된다.

 

 

여주인공 장하나(한지민 분)는 서커스를 하는 여자다. 해외에 나갔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원더랜드 안에서 서커스를 맡는 단장이 되지만 서커스 동물이 사고를 일으킨 바람에 구서진과 얽히게 된다. 서커스 계약 파기에 관한 문제로 옥신각신하다 구서진의 이중인격 때문에 두 사람의 관계는 좀 더 복잡미묘한 쪽으로 흘러간다.

 

이 정도 소개면 충분하다. 그만큼 <하이드 지킬, 나>의 첫방은 대충 봐도 이해가 될 정도로 쉬웠다. 그저 현빈과 한지민의 비주얼 효과를 맘껏 느끼라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현빈의 대단한 드라마 전작 <시크릿 가든>과 비슷하다고 느꼈으며 2015년 현재의 나는 어떤 부분에 대해 실망하게 된 것일까.

 

변하지 않은 주인공 현빈의 캐릭터 설정
첫 장면을 보면서 난 제작진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년이 넘게 흘렀는데도 여전히 현빈은 재벌 남자였다. 그가 별장으로 생각되는 공간으로 들어가 이상한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다스리는 부분에서는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의 별장인 줄만 알았다.

 

그의 까칠한 말투, 여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성격 역시 같았다. 제작진은 <시크릿 가든>의 오마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빈이 충분히 오글거리면서도 못되먹은 특유의 대사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는 하다만 그 때만큼 놀랍지도, 재밌지도 않았다.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이 엘리베이터 공포증이 있던 것도 비슷하다. 구서진은 이중인격이라는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었으며 그걸 풀어나가는 걸 보는 건 우리가 이전 드라마에서 많이 해오던 일들이다.

 

주인공 주변 인물 묘사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등장한 현빈의 비서도 <시크릿 가든> 시절 꽤 많은 인기를 누렸던 김비서처럼 촐싹맞은 그런 인물이었다. 차라리 2015년판 리메이크라고 해도 좋을 비슷한 설정이다.

 

여주인공마저도 비슷하다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과 이번 드라마에서 한지민이 맡은 장하나라는 인물마저도 비슷했다. 마술을 하면서 신기한 일들을 보여주는 서커스 팀의 단장 장하나를 보고 있자니 여자 스턴트우먼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안고 나타난 털털한 인물 길라임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에 또 자기 할 말은 제대로 하는 털털한 성격까지 비슷했다.

 

PPL은 결국 이렇게 해야 하는 걸까
첫 장면에서 누가 봐도 알아챌 수 있는 모기업의 놀이동산이 펼쳐지는 걸 보면서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 장면은 그 놀이공원에 가서 볼법한 수준의 장면이었다. 특히 잠실에서 안전 문제로 시끄러운 놀이공원이기에 오늘의 PPL은 더욱 부담스럽고 거북했다. 하지만 드라마의 설정을 보아하니 놀이공원은 매 회마다 주인공만큼 많이 등장할 것 같다. 놀이공원 상무와 그 공원 안의 서커스단장의 사랑 이야기일테니까.

 

<하이드 지킬, 나>는 <킬미, 힐미>가 유치함을 무릅쓰고 이야기를 강행했기에 조금 다른 노선을 택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첫 회의 느낌으로는 역시 이 드라마도 현빈과 한지민의 후광 효과를 가장 크게 믿고 만든 것 같았다. 마치 레알 마드리드에 호날두와 메시를 붙여놓고 전술을 안 짜놓은 느낌이랄까. 과연 이 방법이 대중들에게 먹힐까? 5년 전의 우리라면 이런 설정도 충분히 재미있게 느꼈을 것 같다. 지금은 모르겠다. 현빈이 혼자 애써 드라마를 끌고 가려는 노력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짠할 따름이다.

 

부디 다음 방송을 볼 때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유치하기보단 흥미롭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발. 

 

사진 제공 :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