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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푸디세이아

[푸디세이아] 19. 취재 후의 잔치국수

답답한 마음에는 출구가 없다. 삶은 이를테면, 아무리 기를 쓰고 봐도 답을 알 수 없는 거시경제학 문제와 같다. 이제까지의 모든 삶을 부정하는 듯한 막막함에는 샛길조차 없다. 올해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는, 르뽀를 쓰기 위해 스스로를 내던져 조우했던 잊혀진 도시의 기억과 같다. 알 수 없다. 그 어딘가에는, 정답이란 게 있는 것일까.
 

 

겨울 어느 날 2시간 내내 동네를 빙글빙글 돌며 맞췄던 퍼즐은 끝내 완성할 수 없었다. 길은 보였지만, 삶을 내던져 그 답을 끄집어 올려낼 자신이 없었다. 동네의 옛 이름에 인상이 변해가는 방앗간집 남자들, 고개를 돌리며 신경질을 냈던 노인. 전화 너머로 프로파간다와 신념과 공식적 멘트를 쏟아냈던 이들과, 마치 허상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온라인에 남긴 옛 주민들. 그 모든 것을 얻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해야 했던가.

 

얼어붙은 몸으로 먹었던 잔치국수는 영 맛이 없었다. 손을 녹이고 찍은 사진을 휴대폰으로 넘기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잊혀진 상흔으로 가득한 세계를 쏘다니며 처음으로 선택하려는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할 삶을, 기꺼이 선택할 자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내겐 달리 선택지가 없다.

 

여전히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싶지 않은 일도 많다. 그럼에도 모든 것엔 마감이 있고, 쓸데없는 데서 성실한 이는 날이 다가올수록 삶에 짐을 올린다. 공채들이 슬슬 뜨기 시작하지만, 이 도시에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아직 그 어디에도 없다.

 

그저 무사히 '졸업'하고 싶다. 그 뿐이다.

 

By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