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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今酒일기

[금주일기] 술(1.11)




술을 끊을 순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마시되 오늘부턴 2잔을 넘기지 않기로 했다.

 

 

얼마 전 술꾼이자 아버지가 비슷한 공약을 내세운 바 있는데 아마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R과 흑석에서 만났다. 지난번 여성들과의 술자리에 흠취해 결국 술병에 걸려 귀중한 나와의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던 P형은 이번엔 신경수술을 받았단다. 오늘도 P형은 골방의 것으로 남겨두고

 

 

중앙대를 나온 친구에게 저렴한 술집을 추천받았다. 친구는 "저렴은 모르겠다"'장독대'를 언급했다. 파전이 대표 메뉴였다.

 

 

고맙지만 프로 다이어터로서 밀가루 범벅을 먹을 순 없었고, 대신 R과 단백질 위주의 음식을 찾아 돌아다녔다.

 

 

숯불 바베큐 집 등을 전전한 끝에 흑석시장 '순대나라'에 갔다.

 

 

모듬 대자와 순대국 하나를 시키고 '장수막걸리' 4통을 마셨다. 나는 2잔을 마셨다. 그렇다. 그러니까 R은 최소 10잔을 마신 셈이다. 에라이 술꾼아. (R은 조용히 할지어다.)

 

 

아니, 순대가 무슨 단백질이냐고 질책할지도 모르겠으니 나는 내장만 먹을 생각이었다는 걸 밝혀둔다.

 

  

그런데 순대국 한 그릇을 잘못 알아들은 종업원이 그만 순대국 두 그릇을 가져와버렸다. "순대국 하나 주세요"라는 말을 어쩌면 그렇게 이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먹죠." 내가 말했다. 주방쪽에서 가벼운 소란이 잠시 일었다.

 

  

프로 다이어터로서 나는 순대국에 든 밥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국물을 머금어 불어버린 밥알들을 보며 R"어죽 같다"고 표현했다.

 

 

어죽을 아는 것 보니 R은 역시 충청도인임에 틀림없었다.

 

 

집에 가면 열두시쯤 되겠다. 자기 전에 운동을 할 계획이다. 8분이면 충분하다. 요새 많이 나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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