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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미디어

방송인 백종원을 설명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

언제부터인가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들을 꼭 챙겨보게 된다.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 tvN의 <집밥 백선생>, <한식대첩>까지…. 일단 그가 나오는 방송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가 괜히 백 ‘주부’라는 호칭을 얻은 게 아닌 것 같다. 그가 방송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퉁명스러움인데 그가 등장할 때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참 희한한 현상이다.

얼마 전 인턴으로 활동하면서 ‘백선생’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경기도 파주 <집밥 백선생> 세트장에서 만난 백종원은 천상 사업가였다. 달변에 유머감각까지 타고난 그는 대화의 흐름을 주도했다. 긴 대화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그는 정말 타고난 방송인이다.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다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봤다.

 

1. WOW(월드오브워크래프트)

 

백종원이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채팅 모니터링을 잘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사실 1년 정도 월드오브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듯 그는 게임을 하며 멀티태스킹 능력을 키웠다. 어쩐지 그가 채팅 창을 보는 게 심히 자연스러워 보였는데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또 게임 덕분에 그는 ‘강철 멘탈’을 가질 수 있게 됐다. 공성전에서 공대장에게서 지금껏 접해보지 못한 찰진 욕들을 먹어가며 갖은 비방과 욕설에 내성이 생기게 됐다는 후문이다. 그가  악플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데 WOW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흥미로웠다. 사실 그가 게임하는 모습은 언뜻 상상되지 않는다. 요리하는 백종원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일 것 같아 내심 궁금하기도 하다.

 

2. 충청도 사투리

 

“어때유” “맛있쥬?” 이제는 귀에 익을 법한 백종원의 구수한 사투리다. 그는 방송 이미지에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평소 말투를 살리는 방식으로 촬영에 임한다고 한다. 충청도 말투에 배어 있는 특유의 친근감이 시청자의 마음을 열게 하는 데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원래 외식 사업가다. 주방에서 일을 하다 보면 욕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는 원래 입이 거친 편이라고 스스로 말했다. 다만 방송에서는 최대한 부드럽고 편하게 말하려고 하다 보니 친근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마리텔>과 같은 생방송을 하면서 본래 말투를 쓰게 됐고 그게 하나의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3. 외환위기 후 가면을 벗다

 

성공만 했을 것 같은 백종원도 1998년 외한위기 때 큰 위기를 겪었다. 이미 알려진 대로 그는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고, 대학진학도 큰 어려움 없었으며, 군 전역 후 벌인 외식사업들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적어도 외환위기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외환위기 때 그는 말 그대로 “쫄딱 망했다.” 그러나 사업이 망한 것보다 더 아팠던 건 사람을 잃는 것이었다. 특히 그는 당시 함께 일하던 직원들의 배신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친동생처럼 배려해줬던 직원들이 앞 다투어 회사 사정 상관없이 돈을 내놓으라는 말에 기가 질렸다. 이후 그는 좀 더 솔직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친절을 위한 가면보다는 속마음을 터놓고 말하는 것이 본인에게도 상대방에게도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 방송에서 백종원이 보여주는 솔직함은 외환위기로부터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4. 단맛과 짠맛에 관하여

 

단맛과 짠맛에 대한 백종원만의 철학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단맛과 짠맛은 본래 극한에 가깝게 다다를수록 맛있다고 했다. 금을 넘지 않으려고 소심하게 움직이는 것보단 차라리 금을 밟아보며 본인의 입맛에 맞는 간을 조절하는 게 더 좋다는 게 그의 확신이었다.

 

물론 그는 단맛과 짠맛에 대한 자신의 철학이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쿨하게 인정했다. 그저 사람들이 맛있게 요리할 수 있는 노하우만 배울 수 있다면 자신은 얼마든지 앞으로도 욕먹을 각오가 돼 있다는 말과 함께….

 

5. ‘하숙밥’ 백선생?

 

백종원은 대한민국 주부들에게 미안하고 민망하다고 했다. 이유는 이렇다. 프로그램 이름에는 버젓이 ‘집밥’이 들어가 주부들을 위한 프로그램 같지만 정작 대한민국 주부들은 대부분 요리를 잘하기 때문이란다. 원래 프로그램의 주요 타깃은 '요리 문외한'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프로그램 이름을 <하숙밥 백선생>이라고 지을 수는 없으니 <집밥 백선생>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 것이라 한다. 그는 심지어 요리 잘하는 주부들은 굳이 프로그램을 볼 필요는 없다는 소신도 밝혔다.

가까이서 지켜 본 백종원은 TV에서 등장하는 모습과 판박이였다. 어쩌면 그만큼 그가 방송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은 외식업체 대표이지 세프는 아니라고 했다. 다만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이 직접 맛있는 음식을 요리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굳이 사업가인 것을 숨기려 하지 않겠다는 소탈한 성격이 드러난 대답이었다.

 

최근 백종원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관심이 뜨거운 만큼 그에 대한 비판도 드문드문 보인다. 개인적으로 백종원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신이 아닌 이상 모두에게 완벽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 스스로도 전문 요리사가 아니라 요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세프가 아닌 방송인 백종원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 출처: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