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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빵

<빵집성애자 1편> 지하철 소리가 들리는 당산역의 욥(yo;b)베이커리

드디어 서울로 왔다. 목포에서 우연찮게 빵집에 들린 까닭으로 서울의 빵집을 들리는 일이 한 주 늦춰졌다. 이번 편부터 빵집성애자의 본편이 시작되니까 심심한 양해를 부탁한다.

아는 사람에게 선물용으로 빵만한 것도 없다. 더군다나 맛 좋은 빵을 사준다면 안성맞춤. 합정에서 만나기로 한 지인에게 선물할 게 뭐가 있을까(사실 내가 먹고 싶기도 했다)하다가 한 정거장 걸리는 당산역으로 향했다. 당산역 근처에는 곳곳에 빵집이 즐비한 가운데, 풍문의 빵집 욥으로 향했다.

 

이곳이 빵집 욥! 초여름 같은 화창한 날씨에는 온 창을 열어두는 것 같았다. 안에 있지만 테라스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저 1등석이 부러울 지경이었지만, 나는 급히 빵을 사고 다른 목적지로 향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앉을 새가 없었다. 월요일인 오늘에도 사람이 북적이는 것을 보면, 이곳이 주변 아주머니들의 아지트로 자리하고 있는 핫플레이스가 아닐까 싶었다.

 

이곳은 흡사 카페 같았다. 빵 진열대보다 손님들이 앉을 테이블이 빵집의 면적을 훨씬 많이 차지하고 있었고, 다양한 음료들도 취급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음료의 가격이 싸게 책정된 걸 보면(아메리카노가 2700원이다) 음료는 빵과 곁들여 먹었으면 하는 이 집의 전략 같았다.

 

빵은 유리벽을 두고 진열대 안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만지면서 고를 수 없어서 그게 조금 아쉬웠다. 비닐로 쌓여진 빵의 실물을 만져보고, 살짝살짝 눌러보는 것도 빵집에 들락거리는 이유 중에 하나인데, 욥에서는 그 이유를 하나 잃어버렸다. 하지만 구경하고 있는 사이에 점원이 나에게 빵 한 조각을 떼서 시식을 해보라고 건네주는 순간 아쉬움은 금세 달아나버렸다. 흔히 시식 같은 경우는 몇몇 빵 옆에 조그만 바구니에 담겨있는 것이 관례인데, 이곳은 구경하는 손님들에게 직접 빵을 건네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급하게 건네받고 급하게 먹은 까닭에 어떤 빵을 먹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맛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점원에게 물어봐 시그니처 메뉴를 추천 받았다. 하얀 찐빵처럼 생긴 우유 크림빵이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우유크림빵을 평소에 즐겨 찾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에서도 많은 블로거들이 입을 모아 우유 크림빵을 즐겨 먹는다고 써놓은 것을 얼핏 봤고, 실제로 점원 역시 우유크림빵이 반응이 좋다며 응수했다. 일단 우유크림빵을 하나 골라 놓고, 담백한 빵인 올리브빵을 골랐다.

 

 

 

먼저 우유 크림빵 같은 경우는 나의 취향을 전복시킬만큼 훌륭한 빵이었다. 부드러운 풍미는 물론 안에 크림이 느끼하지 않고 부드럽기까지해서 목 넘김이 참 좋은 빵이었다. 커피랑 곁들여 먹으면 그야말로 안성맞춤일 것 같았고, 올리브빵(치아바타류 같다)은 오히려 우유 크림빵보다 담백하지 못했달까? 담백함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조금 기름졌던 것 같다.

 

영등포구(여의도를 제외)에는 빵집에 방문한 경험이 많이 없었다. 당산에 욥 베이커리를 기점으로 당산, 영등포, 문래 인근에 있는 빵집도 들려볼 공산이다. 서울 어디를 가도 빵집은 지천인데 수많은 빵집 중 옥석을 가리기 위해 나의 투어는 부지런히 계속될 것이다.

 

별밤의 새로운 연재물 빵집성애자. 유수의 빵집을 돌아다니며, 빵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주 화요일 연재를 할 예정이니, 1주일에 한 번씩 본인이 좋아하는 빵집 들리듯 빵집성애자에도 출석 도장을 찍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