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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빵

<빵집성애자 프롤로그> 가끔은 밥보다 빵이 더 끌리는 이들에게

나는 빵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빵을 좋아했다. 우유에 찍어 먹을 때 촉촉함이 더해지는 카스테라부터, 어금니로 씹어야 겨우 속살을 내어 주는 바게트에 이르기까지. 빵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어제도 밤 늦은 시각에 근처 빵집에 들러 시식용 빵을 주섬주섬 먹으며 산뜻한 시간을 보냈다.

첫 사랑빵은 붕어빵이었다. 일반 빵집 진열대에는 감히 어슬렁거릴 수 없는 빵이었지만, 나는 1000원의 4개씩이나 주는 이 자비 많은 빵에 흠뻑 빠졌다. 어느 날은 식대용으로 엄마 몰래 2천원 어치의 빵을 사서 집에서 혼자 다 먹어버렸다. (아직까지도 붕어빵을 끊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어렸을 적 붕어빵만큼이나, 내가 사는 일산 부근과 서울에 위치한 유명 빵집을 돌아다니며 빵을 사 먹는 것을 참 좋아한다. 구수한 빵 냄새의 손때 묻은 정겨운 가게 그리고 밀가루를 만지다 보니 잔뜩 까슬해진 주인의 손. 이 모든 것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집에서 호시탐탐 기다리는 우리 엄마의 긴 목을 외면할 수 없어 내가 맛있게 먹은 빵을 사가지고 가서 엄마의 행복한 반응을 볼 때면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다.

 

나는 그래서 스스로 빵집성애자라고 칭한다. 물론 나보다 빵의 조예가 깊고 전문가다운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지만, 철저한 사전조사로 1주일에 한 번씩 빵집에 들러 서울과 고양시(내가 거주하고 있는 동네이기에 넣었다)에 위치한 빵집 취재기 혹은 일기를 쓸 계획이다. 아래, 두 가지 지도를 프린트했다. 이곳에 깃발(깃발을 달게 될 빵집은 나의 주관적 선택에 입각한다)을 그리며 나만의 빵집 로드를 확보하고, 나처럼 빵집을 좋아하는 여러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글이 되고자 정진할 계획이다.

 

판단의 척도는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해서, 좋다 싫다만 표현하지는 않겠다. 한 주 한 주 빵에 대해 조금씩 공부하면서 글이 점점 발효되는 모습을 보여주겠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 혹은 반응할 수 있게끔 아주 세밀하게 빵집에 대한 느낌을 소상히 담아내겠다.

 

별밤의 새로운 콘텐츠기도 한 빵집성애자. 유수의 빵집을 돌아다니며, 빵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주 화요일 연재를 할 예정이니, 1주일에 한 번씩 본인이 좋아하는 빵집 들리듯 빵집성애자에도 출석 도장을 찍어 달라.